말씀, 기도, 묵상

세차를 해야 하나요?

우공81 2024. 2. 12. 21:24

세차
Pixabay로부터 입수된 Janis Liepa님의 이미지 입니다.

 

주일 예배를 보기 위해 교회가 있는 상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내렸습니다.

차가 많이 더러운 것을 보고, 아이들이 아빠차 너무 더럽다고 아우성입니다.

어머니도 세차 좀 하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농담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비, 바람을 일으키셔서 아빠 차가 더러워진 것인데, 그것을 깨끗하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섭리를 거역하는 일이야"

그때 마침 아주 반짝반짝하는 BMW한대가 지나갔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십니다.

"그럼 저 차는 왜 저렇게 깨끗한데?"

"저 차 주인은 차를 우상 숭배하기 때문에 저렇게 깨끗하게 차를 관리하고 광을 낸 거지"

어머니는 어이없어 웃으셨고, 저는 제법 기독교인 다운 농담이었다고 으쓱했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이 계속 나네요.

사실은 제 차가 만 5년은 지났고, 주행거리도 13만 킬로를 넘겼습니다. 아직 쌩쌩하니 잘 달리니까 바꿀 때는 멀었고요.

올해 돈 좀 들여서 스팀세차 한번 제대로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농담을 한 후에 차를 그렇게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우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내 세차는 건강을 위해 깨끗하게 하는 것이 맞지만, 외부 세차는 어느 정도 흙먼지나 털면 되지,

십수만 원씩 주고, 필요 이상의 세차/디테일링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그런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으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그래서 2월 말에 스팀세차를 하려는 계획을 접었습니다.(반만 접었습니다. 실내 세차는 그대로 하고요)

 

캠핑을 가려고 텐트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그것도 접었습니다. 

캠핑의 목적은 자연 속에서 하나님을 느끼려는 것이었는데, 좋은 텐트, 멋진 장비가 무슨 필요가 있나 싶어 졌습니다.

그 마음을 먹은 직후에 당근에 10년 된 텐트가 당근에 나눔이 올라와서, 오늘 텐트를 받아왔습니다.

 

외적인 것, 물질적인 것이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는 사명을 받았다면 어느 정도 외적인 품위를 지키는 것도 필요할 것 같고요.

(머리를 감지 않고, 냄새나는 옷을 입고, 먼지가 풀풀 날리는 교회에는 아무도 오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것을 하나님보다 우선하거나, 적어도 그것 때문에 하나님께 기도할 시간을 과도하게 빼앗긴다면, 

하나님께 죄송한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주님, 오늘도 삶 속에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음성을 듣습니다. 

사실, 제 자의적인 해석이 아닌가 의심하기도 하지만, 하나님과의 관계에 더 시간을 쏟는 것이 잘못은 아니겠지요?

늘 저의 삶을 주관하시고, 제 걸음을 이끌어 실족하지 않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